작년에 두 나라의 순위가 뒤집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경제 규모를 명목 GDP로 보기 때문에 물가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유럽이 인플레이션이 심하게 와서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독일의 GDP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일본에서 극심한 엔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굉장히 낮기 때문에, GDP를 달러로 환산해 비교할 때 일본의 GDP가 낮게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독일이 일본을 추월했지만, 엄청나게 의미를 두기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두 나라 모두 장기 저성장과 약간 침체된 분위기로 가고 있어서 서로 경제 체질이 닮아가고 있습니다. 독일 언론에서도 독일 경제가 일본화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독일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의 경제 자문 위원회에서 보면, 2020년대 들어서 잠재 성장률이 1% 아래에 머물러 있고, 2026년이면 잠재 성장률이 약 0.3% 정도까지 떨어져 50년 사이에 최저치가 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독일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슷하게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중위 연령이 44.9세로, 미국의 37.7세보다 7세 이상 차이가 납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자들을 위한 복지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본격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을 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부터 2035년까지 독일에서 은퇴하는 사람이 1,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퇴직하면 연금 지급과 빈 일자리를 어떻게 채울지가 큰 고민입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 약 100만 명을 독일이 받아들였지만, 일자리가 부족해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 싱크탱크들은 약 180만 개의 빈 일자리를 추정하고 있으며, 이를 채우는 것이 독일 경제의 반등과 활력을 찾는 데 중요합니다.
독일의 경우 '미니 잡'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작은 일자리입니다. 독일의 실업률은 되게 낮아 거의 실업률 통계 자체로만 보면은 완전고용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어떤 함정이 있냐면 이 미니잡이 통계를 너무 긍정적으로 과장하는데 일조한다는 것입니다.
미니잡은 정말 적은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 식의 일자리인데 월소득 500유로 전후의 일자리, 우리나라 돈으로 한 70-80만 원 정도의 일자리를 말하는데 이런 일자리를 되게 양성화 시켰습니다. 미니잡에 대한 규제도 최소화하고, 이런 일자리에 대해서 세금도 적게 부과했는데, 그 결과 일자리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골고로 좀 나눠 가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각 일자리를 너무 쪼개놓아, 일자리의 질적인 수준을 많이 낮췄습니다. 게다가 수치상으로 실업률이 굉장히 낮게 유지되지만 일자리 질이 평균적으로 그렇게 아주 높지가 않은거죠. 이런 상황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처럼 실업률이 높아 아예 일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독일에서는 대부분 일은 하고 있지만, 일자리 퀄리티가 높지 않아 소득이 적고,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