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현장학습의 날. 다들 설레는 모습으로 중앙역에 도착해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ICE 한 객차의 3분의 1 정도에 모여 앉아 시끌벅적 사진도 찍으면서 즐겁게 갔습니다. 내려서는 다들 담배 한 대씩 태우고 지하철을 타고 전시장이 있는 알렉산더플라츠까지 갔습니다.
생각 보다는 그리 크지 않은 전시관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처음에 조금 갸우뚱 하시더라고요. 아무튼 친구들과 함께 들어가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실제 사람의 사체를 플라스티네이션이라는 방법으로 보존시켜서 실제 인체 내부를 구석구석 볼 수 있어서 실감이 났습니다. 간호사 아우스빌둥을 하는 학생으로써는 책이나 인터넷 학습자료를 통해서 보던 것보다 더욱 실감나고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시된 것들 중 조금 마음이 먹먹했던 적이 있었는데, 개월 수 별로 성장한 태아를 전시해 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슬픈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 전시관에 놓여있는 기구한 삶에 안타까움이 가득했지요. 몇 코너를 더 보다보니 한시간 남짓 관람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한시간 정도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아직 나오지 않은 친구들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들 흥미로웠다. 역겨웠다. 하면서 자기가 본 감상평을 이야기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고요. 좀 이상하다고. 자기는 다른 도시에서 전시회 할 때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이거보다 훨씬 많은 전시물들이 있었고, 관람 시간도 이거보다 두배정도는 더 걸렸었다고요. 생각해보니 저도 좀 이상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그 루머로만 들었던 보시라이 내연녀로 추정되는 그 전시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막바지에 선생님이 나오시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선생님은 많이 실망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유인 즉 아까 다른 친구가 말했던 이유와 같았습니다. 원래 이보다 훨씬 많은 전시품들이 있는데, 베를린 상설전시회에 전시된 것들은 정말 너무 적게 전시되어 있고, 동물 해부 전시와 섞여서 볼만한 전시품들은 정말 얼마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혹 독일에서 인체의 신비 전시를 보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 하세요. 순회전시 중 규모가 큰 박람회장에서 하는 전시회가 더 볼게 많을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현장학습 전반은 전시회 관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전시회에 실망했지만 남은시간 저와 몇몇 친구들은 베를린 시내를 서너시간 관광하고 돌아오는 기차 시간에 맞춰 왔습니다. 현장학습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