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뱅크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푸드뱅크란 기부를 받아 저소득층이나 노숙자, 결식 아동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NGO 같은 곳입니다. 유럽에는 푸드뱅크가 약 350개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그만큼 제때 밥을 못 먹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겁니다.
영국에는 트루셀 트러스트라는 제일 큰 푸드뱅크가 있습니다. 여기서 작년에 음식물이 담긴 상자를 300만 개 전달했습니다. 10년 전인 2013년에 30만 개를 전달했을 때, 영국 언론은 물론이고 그 당시 한국 언론에서도 선진국인 영국에서 구호물자를 받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30만 명에 가까운 것에 충격을 받았죠. 상자가 30만 개니까 실제로 음식을 전달받은 사람의 숫자는 그보다 적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충격적인 숫자였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300만 개가 된 겁니다.
물론 그 사이 기부금이 많이 늘어난 측면도 있고,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그들 중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들에게 주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영국 전체, 그리고 유럽 전체에서 밥을 굶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영국에서는 빈곤 상태에 있는 아이들이 전체의 약 30%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빈곤이라는 것은 경제학적 개념으로 중위 소득의 절반 이하의 소득인 경우를 말하는데, 영국에서는 아동 중에 270만 명이 중위 소득의 절반이 안 되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유니세프는 주로 아프리카 같은 저개발 국가의 아이들을 돕는 유엔 산하 기관입니다. 2020년에 영국이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는데, 당시 영국 정치인들은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럽 경제가 나빠지다 보니 실질적으로 유럽 사람들의 평소 먹고 마시고 즐기는 활동이 크게 제약받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와인의 나라로 유명한데, 젊은 사람들이 소득이 부족하고 물가가 오르다 보니 예전처럼 와인을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와인이 비싸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지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 먹기에는 와인 한 병이 크고 비싸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와인보다 맥주를 많이 마시게 되는 거죠. 경기와 포장용기 형태가 음주 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주식이 파스타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곡창지대에서 밀 생산량이 줄어들고 밀 수출이 감소하니, 나비효과로 전 세계 밀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주식을 많이 먹지 못하게 되면서 불만이 커지고, 심지어 파스타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스페인은 올리브유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인데, 전 세계 올리브유의 40%를 스페인에서 만든다고 하네요. 하지만 정작 스페인 사람들은 올리브유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가뭄이나 기후 변화로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하니까 스페인 사람들도 올리브유를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육류 소비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사람들 중 친환경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축을 키우면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기에 육류소비를 경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들어 고기를 먹을 여유가 없어지는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먹고 마시는 패턴에서도 전통적으로 여유롭게 즐기던 것에 제약이 생긴 것이지요.
영국의 충격적 사례와 더불어, 각국의 식문화가 경제 침체로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외식물가 상승 등으로 많은 서민들이 위축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서글프면서도,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